전 서울대입학사정관의 공부법 (178) - 진로는 대입 준비의 첫걸음

한국진로진학정보원 원장 진동섭
전 서울대 입학사정관
"입시설계 초등부터 시작하라", "코로나 시대의 공부법" ,"공부머리는 문해력이다","아이의 청해력" 저자

김창현 승인 2024.05.13 14:58 의견 0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공부는 선택형으로 운영됩니다. 고등학교까지는 교양 수준에서 똑같이 배워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문과와 이과로 대별되던 시대에도 둘 중의 하나는 선택해야 했었습니다. 현재 교육과정은 1학년에서는 주로 공통과목을 배우고, 2·3학년에서 선택과목을 배웁니다.


2015 개정 교육과정도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이고 2022 개정 교육과정도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입니다. 요즘 관심을 끌고 있는 국제 바칼로레아(International Baccalaureate, IB)의 고등학교 교육과정 역시 과목 선택형 교육과정입니다.

선택형 교육과정이므로 학생은 어느 시기가 되면 과목을 선택해야 합니다. 과목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진로 방향을 정해야 합니다. 대학은 어떤 과목을 배웠는지를 보고 학생의 진로 적합성을 평가합니다. 대학이 말하는 진로는 좁은 범위일 수도 있고 넓은 범위일 수도 있습니다. 인문·사회 과목을 주로 이수했다면 인문·사회계열의 대학 진학에 적합하게 공부했다고 평가할 것이고, 자연과학 과목을 많이 이수했다면 자연과학계열에 적합하게 공부했다고 평가할 것입니다. 또한 과학 과목 중에서도 화학과 생명과학을 많이 이수한 학생과 물리학과 화학을 많이 이수한 학생은 서로 다른 분야에 진출하기를 원하는 학생으로 평가할 겁니다.

그래서 특히 학종으로 진학하려는 학생은 진로를 미리 고민해야 합니다. 학생부교과전형이나 서울대처럼 정시전형에서도 교과평가를 받아야 하는 경우라면 진로를 고민해야 합니다. 진로에 대한 학습은 초등학교부터 이루어지는데 모든 시기에 진로에 대하여 고민을 해야 합니다.

진로 희망이나 진로 목표는 달라질 수 있어도 학생이 스스로 미래에 무엇을 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최종적인 순간에 흔들림이 없는 선택을 하게 됩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학 진학의 첫걸음은 진로를 정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그런데 많은 학생은 진로를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미래 사회에 어떤 직업이 있을지 모르므로 진로를 정할 수 없다고 합니다. 앞으로는 무학과 선발을 하게 되므로 진로는 대학에 가서 정해도 된다고 하기도 합니다. 무학과 선발은 대학 전체를 무학과로 선발하거나, 학부제로 선발합니다. 학부제로 선발한다면 이공학부에 지원하는 학생과 의생명학부에 지원하는 학생, 인문학부에 지원하는 학생, 사회과학부에 지원하는 학생의 선택과목은 일부 다를 것입니다. 대학 전체 무학과로 선발하는 경우에도 진로를 정하고 진로의 기초가 되는 과목을 이수해야 대학 공부가 쉬울 것입니다.

지금도 진로가 정해지지 않았다면 자유전공학부에 지원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합니다. 그러나 현재 자유전공학부는 전공을 정하지 못한 학생보다는 하고 싶은 공부가 특정한 학과에서 배우기보다는 몇 개 학과에 걸쳐있는 학생이 공부할 수 있게 지원하는 학부라고 합니다. 자유전공학부에 지원하더라도 학생이 진로 방향은 정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좋은 대학에 진학하고 싶다면 학생 스스로 자신의 진로를 정하기를 권합니다. 미래를 그려보고 자신의 역할을 곰곰 생각해 봅시다. 미래를 가정하는 것은 젊은이의 특권입니다. 젊음의 특권을 누려보고 공부하기 어려운 과목에 도전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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