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년 8월 조선일보에는 '교실이 무너지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부제를 ‘수업시간 잠자거나 만화책 봐...자리 비워도 못 본 척’이었다. 이 무렵 이렇게 고등학교까지 다닌 학생이 버젓이 졸업하는 나라는 지구상에 없을 것이라는 반성도 있었다.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유급제도를 도입하자는 의견이 있었다. 2001년 6월 26일,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주최 국민 대토론회에서 윤웅섭 서울교육청교육정책국장은 “법적인 측면에 분명 현행 학교에는 의무교육과정이 아닐 경우 유급 제도와 과락제도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를 실제 시행하는 학교는 거의 없습니다. 아이들이 학교에 와서 공부를 하지 않아도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라고 한탄하였다.

그러다가 드디어 교실 붕괴를 해소하는 방안, 학교에서 적정 수준까지 학습한 성과가 있어야 졸업이 되는 방식을 비로소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도입하게 되었다. 고교학점제의 특징 중 하나인 미이수 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그런데 이에 따르는 몇 가지 어려움이 이 제도에 대한 불만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다.

하나는 미이수의 기준과 미이수 학생 지도 문제이다. 40% 미만의 성취도를 보이면 미이수라고 하지만 40% 미이수를 정하는 기준은 분명하지 않다. 출결을 반영하므로 결석이 많은 학생만 미이수하게 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지난 교육과정에서 출석 2/3에 미치지 못하면 진급이 안 되는 방식과 다를 게 없다.

미이수 기준이 분명하지 않은 것도 문제이지만 미이수 학생을 보충 지도해서 이수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미이수제도 운영의 어려움은 제7차 교육과정 적용 초기에도 있었다. 제7차 교육과정이 도입된 2002년부터 몇 년간 수학과 영어는 단계형 수준별 교육과정이라고 하여 10학년 1학기 과목인 수학10-가, 영어 10-A를 이수에 이르는 성취 수준 이상이 되어야 다음 학기 과목을 이수할 수 있었다. 그런데 보충 이수 지도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워 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아 2006년 수학과 영어과 교육과정을 개정하여 수준별 교육과정을 폐기했었다. 이수 기준을 통과하지 못한 학생들을 방학 중에 보충 지도를 하려고 해도 학생이 참가하지 않으면 학교가 서류상으로 통과를 시킬 수밖에 없었던 어려움이 있었다. 학교에서는 실효성 있는 보충지도 방안을 마련해서 운영하기가 난감한 것이다.

미이수와 이수를 판별해서 다음 학기 수강신청이 이루어지게 하려면 과목의 학기 집중 이수가 필수적이다. 그러다보니 국어, 수학, 영어 등 학기 이수로 운영한 교과는 변화가 적은데, 사회 과학 교과를 비롯하여 기술・가정, 정보, 제2외국어와 한문 등 과목은 2015 개정 교육과정 때에는 대부분 학년 이수를 해 왔었으므로 학기제로 바뀔 때 변화가 크다. 다과목 다학년 지도, 학기별로 세특을 써야 하는 업무 부담, 매 시간 출결을 점검하는 데서 오는 행정력 낭비 등이 불만 요인으로 작용한다. 학생은 학기제가 되었을 때 중간고사, 기말고사 시험 범위가 늘어나는 등의 불만을 드러낸다.

고교학점제를 폐지하자는 주장의 하나가 미이수를 폐지하자, 학기 집중 이수를 하지 말자 등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제도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의견 수렴이나 연구를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