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의 특징 중 하나는 교수・학습 개선이다. 교수・학습 개선은 오래된 주제이다. 1985년부터 1987년까지 3년간 설치되었던 대통령 직속 기구인 교육개혁심의회에서 1986년 6월 발간한 <교육개혁의 기본 방향> 보고서에서 학습자 스스로 학습의 주체가 되는 교육으로 전환할 것을 주장했다.
<교육개혁의 기본 방향> 보고서에서 토의, 분석, 역할유희 등의 다양한 수업 방법을 사용할 것을 제시한 이후 1995년 5・31 교육개혁 보고서에서는 개인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교육 방법 확립을 위하여 자기주도적 학습능력 향상, 개별화 학습, 첨단 정보통신 기술을 통한 교육을 실시한다고 했다.
1998년 10월의 ‘새 학교 문화 창조’에서는 학생중심의 학습활동, 교육의 자율화・다양화・특성화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토론문화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했다. 2003년의 초・중등교육 내실화 방안에서는 탐구・실험 중심의 과학교육, 토론 중심의 교수・학습, 자기주도적 학습능력 향상을 위한 수업체제의 혁신 등을 내세웠다. 이후에도 모든 교육 정책에서는 교수・학습 개선이 빠지지 않았다.
교수・학습 개선 과제는 부정할 수 없는 과제이다. 제7차 교육과정 이후 학습에서 교사는 안내자 역할을 하고 학생이 스스로 지식을 탐구하는 학습을 하도록 강조하여 왔다. 그런데 이 과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이유는 대학입시에 있다. 교육계에서는 교수・학습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대부분의 학생을 선발하는 시험은 학력고사에서 수능으로 이어져 왔다. 이 시험은 암기 중심으로 해결해야 하므로 굳이 실험・실습, 토의・토론, 발표와 비평을 해야 할 이유가 없었다.
이 문제는 학생부종합전형이 도입되고 확대되면서 해소되는 듯했다. 주요 대학이 70% 가까운 학생을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선발하자 고등학교 수업은 교수・학습 개선의 취지에 부합하게 바뀌고, 대학도 학생부를 중심으로 평가하게 되었다. 교실 수업이 학생 참여 방식으로 이루어지자 교실에서 자는 학생이 없어지고, 수업 준비를 해 오지 않으면 같은 조 활동을 하는 동료 학생이 과제를 해 올 것을 독려하면서 수업에 낙오하는 학생이 없어지고 있다고 했었다.
현재 학교에서는 교수・학습 개선의 발목을 잡는 걸림돌을 제거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걸림돌의 하나는 수능의 위력이다. 수시에서는 최저 학력 기준으로, 정시에서는 주요 전형 요소로 작동하는 수능은 기출문제와 EBS 수능 교재 풀이로 수업할 것을 요구받게 한다.
또 하나는 교과 성적 상대평가이다. 과정 중심 평가, 참여하는 학습 등은 상대평가로는 성적을 내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학생이 참여하는 수업 관련 성적은 변별이 적고, 선택형 문항에서 변별하게 된다. 이러한 제약을 해소하기 위해 학업 상황을 엄정하게 평가하는 방안이 마련되는 가운데 전 과목 성취평가제 도입, 수능 개편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