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2, 3학년 때 배울 과목을 선택해야 하는데, 전공자율선택제로 선발하는 모집단위에 지원하면 성적이 잘 나올 과목으로 선택하면 되지 않나요?
과목 선택에서 국어과와 영어과는 대부분 한 학기에 한 과목 정도를 선택해서 잘하면 되니 국어와 영어 교과 내에서 과목 선택을 할 때 관심이 더 가는 과목을 선택하면 된다. 문제는 수학에서 미적분Ⅱ와 기하를 선택할 것인지와 과학을 더 많이 선택할 것인지, 사회를 더 많이 선택할 것인지가 큰 가지가 된다. 이렇게 보면 기존의 문・이과 분리 교육과정과 다름이 없어 보인다. 그래도 현재 교육과정은 조금 더 선택권을 부여하고 있다.
여기까지 생각을 했으면 다음 단계는 과목의 어떤 과목들을 주로 공부할지를 정하는 일이다. 물리학,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 중 3 과목을 고르고 이 과목들의 진로선택과목 중 필요한 과목을 선택하면 된다. 사회 교과 역시 사회, 역사, 지리, 윤리에 해당하는 과목들 중 일반선택과목을 우선 정하고 진로선택과목을 선택한 뒤 융합선택과목에서 공부하고 싶은 과목을 정하면 된다.
한 가지 고민이 더 있다면 정보 교과 과목을 선택할지가 추가되었다. 디지털 분야의 전공을 생각하고 있다면 우선 수학 과목 중 권장 과목까지 다 이수한 뒤, 정보과목을 이수하면 된다. 문제는 수학은 부담이 큰데 정보는 그보다는 부담이 적은 학생의 경우 수학보다 정보를 더 많이 선택하려고 하는 경우에 있는데, 수학을 어려워하면 학문후속세대 양성 대학보다는 직업교육을 위주로 하는 대학에 진학하게 될 것이다. 대학도 디지털 분야의 전공에서는 수학 과목을 대거 추천하고 있는 것도 참고가 된다.
여기까지 생각해 보면 기존의 문・이과보다는 분야에서의 과목 선택으로 개인의 특성에 따른 선택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발전은 했지만 질문에서 보았던 ‘성적이 잘 나올만한 과목, 뱡향성이 없는 선택’을 해도 되는지에 대한 답은 ‘아닌가?’와 가깝다.(이와 관련해서는 200회와 221회에서 다루었으니 참고하시기 바란다.)
우선 ‘자유전공학부는 전공을 정하지 못한 학생보다는 전공하고 싶은 분야가 둘 이상의 학과에 걸쳐있는 학생을 선발하려고 한다.’는 기존의 대학 이야기를 무시할 수 없다. 진로의 방향성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또한 대학이 학과 또는 학부 모집에서 학생을 선발하는 기준으로 제시한 학업 역량, 진로 역량, 공동체 역량 대신 자유전공학부는 학업 역량, 자기주도 역량, 공동체 역량을 제시하고 있는 점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진로’ 대신 자리잡은 ‘자기주도’는 학생이 고등학교 때 어떤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방향성을 정하여 공부해 왔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다시 대학의 이야기로 돌아가면, 전공자율선택제로 지원하는 학생은 몇 유형으로 분류된다고 한다. 학과 학부 수준은 아니더라도 진로 방향을 정해 학습을 했고 학업역량도 우수한 학생, 진로 방향은 정했지만 학업역량이 미흡한 학생, 진로 방향은 정하지 못했는데 두루 성적이 좋고 학습 경험이 우수한 학생, 방향도 없이 성적이 잘 나올 과목 중심으로 학습한 학생, 한 번 선택했던 진로 분야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해서 진로를 바꾼 학생 등이다.
학생이 지원할 대학이 한 번 선택했던 진로 분야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해서 진로를 바꾼 학생도 합격할 수 있는 대학이 있겠지만 경쟁이 있는 대학이라면 보통교과 수준의 공부가 어려워 방향을 바꾼 학생은 좋은 평가를 받기는 어렵다.
학과 학부 수준은 아니더라도 진로 방향을 정해 학습을 했고 학업역량도 우수한 학생과 진로 방향은 정하지 못했는데 두루 성적이 좋고 학습 경험이 우수한 학생을 먼저 뽑아놓고 그 다음 순서가 진로 방향은 정했지만 학업역량이 미흡한 학생을 선발할 것이고, 이 학생들로 몇 배수의 1단계 합격자가 가려진다면 ‘방향도 없이 성적이 잘 나올 과목 중심으로 학습한 학생, 한 번 선택했던 진로 분야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해서 진로를 바꾼 학생’에게는 차례가 오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