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열풍, 식지 않는 이유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는 이슈 중 하나가 의대 열풍입니다. 올해도 의대 열풍은 식지 않을 전망입니다. 열풍이 식으면 의대 가기가 좀 쉬워지겠지만, 올해는 의대 선발 인원도 2024학년도 인원으로 돌아가서 더 치열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럴 때 이공계 지원자라면 더 쉽게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기회로 삼으면 되니 의대 열풍을 나쁘게 볼 일만도 아니라는 말도 있지만, ‘주변에 공부 좀 하는 친구들이 다 의대 간다고 할 때 나만 공대 지원하면 왠지 실력이 없어 보일까봐 학교 다닐 때는 의대 간다고 했었어요.’라고 하는 서울대 다니는 공대생을 만나고 보니 의대 열풍은 진로에 대한 확신 때문만도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26학년도 대입에서 서울 소재 대학의 의대 모집인원은 2025학년도에도 2024학년도와 비슷했었고, 2026학년도도 모집인원의 변화가 적어 변동이 거의 없습니다. 그렇지만 경기도와 인천 소재 의대 모집인원은 2025학년도에 크게 늘었다가 다시 줄었습니다. 2025학년도에는 경기도 소재 성균관대와 아주대는 40명에서 120명으로 늘었었고, 인천 소재 인하대는 49명에서 120명으로, 가천대는 40명에서 130명으로 늘었었습니다. (차의과대도 정원이 40명에서 80명으로 늘었었지만, 학생 선발을 의학전문대학원에서만 하기 때문에 학부 입시와는 무관합니다.) 정원이 늘어난 이들 대학은 다시 2024학년도 모집인원만큼 선발합니다.


성균관대 전형 축소와 지원 전략 변화

성균관대 모집인원이 80명 줄어든 것이 서울 소재 의대의 지원에 영향을 줄 겁니다. 그런데 2025학년도에 성균관대 의대는 수시에서 60명을 선발했는데, 이중 50명은 종합전형으로, 10명은 논술전형으로 선발했습니다. 2026힉년도에는 종합전형으로 20명, 논술전형으로 5명을 선발하니, 합격의 기회가 줄어든 것은 틀림없지만, 종합전형 선발인원이 30명 줄었다고 해서 합격선의 내신 평점이 높아진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수도권 전체로 보면 아주, 인하, 가천대의 모집인원이 준 것이 변수입니다. 내신 평점이 민감한 교과전형 선발인원은 가천대 4명, 아주대 3명, 인하대 9명으로 줄었습니다. 교과전형 지원을 염두에 두었던 학생들은 부담이 늘었습니다. 이 전형에는 수능 최저가 제시되어 있는데, 수능 응시생이 전년도에 비해 늘고 시험 또한 평이해서 동점자가 많아진다면 수능 최저를 통과하는 학생도 늘 수 있으므로 합격을 위한 내신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가능성이지 명확하지는 않습니다. 대교협 설명 자료집에서 수능위주전형을 미래예측불가 카드라고 특징했는데, 수능 관련 부분은 결과를 보기 전에는 예단이 어렵습니다.

의대의 학생부교과전형은 가히 숨이 막힙니다. 대부분 교과 평균 예상 컷트라인이 1.0x입니다. 수도권 의대 중 2026학년도에 교과전형을 하는 학교는 가톨릭대(10), 경희대(15), 고려대(18), 연세대(15), 가천대(4), 인하대(9), 아주대(3)입니다. 2026학년도에 교과전형을 하지 않는 학교는 서울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중앙대, 한양대 등입니다. 거의 절반 정도의 의대에서는 교과전형을 하지 않는 셈입니다. 교과전형에서는 대부분 대학이 수능 최저를 두고 있는데, 의대 수능 최저는 매우 높아서 수능도 철저히 준비해야 합니다.


종합전형, 내신보다 중요한 평가 요소들

학생부종합전형은 모든 대학에서 운영합니다. 종합전형에서 합격자 평균 성적은 절대적인 의미를 갖지 않습니다. 시중에 제공된 2026학년도 내신 예상 성적으로 보면 서울대가 다른 대학보다 낮아서 합격하기 쉬워 보입니다. 각 시도교육청에서 만든 예상 성적을 포함한 진학 자료는 과거의 입시 결과를 참고하여 만들었는데, 과거의 입시 결과를 보면 서울대 입시 결과의 합격선이 낮았던 겁니다. 그러다보니 다른 대학은 다 떨어지고 서울대만 합격했다는 사례도 간혹 봅니다. 그러나 서울대만 합격한 것이 행운 때문은 아닙니다.

서울대의 합격선이 낮았던 이유는 단순히 숫자보다 학생이 도전적으로 과목을 선택해서 수강했는지, 소수 학생이 수강한 과목에 도전했는지가 평가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 점도 있고, 2단계에서 5개의 방에서 치러지는 MMI 면접도 작용했기 때문일 겁니다. 그리고 교과 성적 합격선이 낮다 하더라도 큰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고 보면 종합전형으로 지원할 때는 대학에서 제공한 평가 관련 주안점과 전형의 특징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논술을 보는 대학은 가톨릭대(19), 경희대(15), 성균관대(5), 이화여대(5), 중앙대(18), 한양대(8), 가천대(6), 인하대(8), 아주대(10) 등입니다. 꽤 많은 대학이 논술고사를 시행합니다. 논술고사는 대학이 출제하므로 해당 대학의 시험범위 등에 대한 안내, 기출문제와 예시문제를 참고하여 준비해야 합니다. 당해연도 최고 경쟁률은 늘 의대 논술에서 나옵니다. 그만큼 경쟁률이 높아서 주변에 논술고사로 의대 합격했다는 사례를 만나기가 어렵습니다. 즉 수시 원서 6장을 의대 논술로 쓰면 합격이 어렵다는 뜻입니다. 논술전형은 수능최저등급도 높아서 논술뿐 아니라 수능 준비도 잘 해야 합니다.


수능, 의대 당락을 좌우하는 예측불가 변수

정시는 수능을 보고 예상 누적분포를 추정해 보면 지원할 수 있는 대학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정시지원 가능성은 수능 성적이 나온 뒤에야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의대 예상 합격선 충족 여부는 단 한 문제에 달렸을 수도 있고, 탐구 과목 선택에 따른 표준점수나 백분위점수에서 자동으로 제공되는 최고점의 높낮이 등에 달렸을 수도 있습니다. 이 정도면 가히 수능은 미래예측불가카드라는 말이 실감납니다. 이런 불안감 때문에 의대 지원자라면 일단 수시 지원을 염두에 두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