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학년도 수능 성적 발표가 지난 12월 4일에 있었다. 지난해와 난이도가 비슷할 것으로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영어 영역은 1등급 비율이 불과 3%대에 머물러 비난이 거세다. 국어 영역 역시 매우 어려워 표준점수 최고점이 높게 정해졌다. 시험이 어려우면 수시에 수능 최저등급을 맞춰야 하는 학생에게는 부담이 된다. 수능은 쉬우면 등급을 맞히는 수험생 비율이 높아지는 방식이고 어려우면 동점자가 적어서 등급 안에 드는 수험생 비율이 낮아진다.

즉 수시는 쉬워야 수험생에게 유리하다. 한편 정시는 정원만큼 합격하게 되므로 쉽든 어렵든 차이가 없어야 하지만, 시험이 특정 영역이 어려울 때 그 영역을 아주 잘 본 수험생의 표준점수가 높게 나오므로 자기가 자신 있는 과목이 어렵게 나왔는데 잘 봤다면 유리하다. 그러다 보니 수능은 ‘운7기3’이라고도 한다. 운이 더 많이 작용하는 시험이라는 비아냥이다.

시험의 난도는 수능 첫해 두 번 봤을 때부터 예상과는 달랐으며, 이후 불수능과 물수능을 오르락내리락해서 불신을 샀지만 그래도 수능은 30년 넘게 건재함을 과시하는 시험으로 자리잡고 있다.

수능 성적 발표가 있은 며칠 뒤 모 일간지에는 ‘대입에 수능 지웠던 美… 기초학력 ‘뚝’‘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미국 명문대에서 SAT 성적을 반영하지 않았더니 명문대 학생들이 초등수학도 못 풀어서 문제가 되고 있다는 기사이다. 미국 대학이 내신 중심 선발의 한계를 개선하기 위해 SAT 성적 부활을 계획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매사추세츠공과대(MIT)는 코로나19 기간 시험 선택제를 운영하다가 2022년 시험 성적 제출 의무를 부활시켰다든가, 다트머스대도 2024년부터 시험 성적 제출 의무를 다시 도입했다고 사례를 들며 주장을 강화했다.

기사는 미국이 수능을 대입에 반영하지 않으니 학력이 떨어져서 다시 수능성적을 반영하고 있거나 반영할 계획이라고 전하고 있지만, 중립적인 사실 전달에 그치지 않고 우리 대학이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수능을 반영하지 않는 현실을 우려하는 목소리로 들린다.

그러나 우리 입시는 미국과 다르고 교육과정은 더 다르다. 우리나라의 대부분 학교는 미국과는 달리 국가수준의 교육과정을 기준으로 학습을 지도한다. 대부분 학교가 대부분 같은 과목을 배우고 같은 방식으로 평가한다. 교육의 결과는 학교생활기록부라는 양식에 같은 방식으로 기록된다. 대학이 이를 바탕으로 선발하기 시작한 지가 벌써 20년 가까이 되어 오고 있다. 이미 일본은 2016년에 서울대를 방문하여 우리 입시 방식을 배워갔다.

또한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선발한 학생의 학습과 학교생활 지표가 수능으로 선발한 학생의 지표보다 좋다는 점은 대학의 발표를 통해서도 계속 강조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대학도 수능 정시 확대는 바람직하지 않고 대학이 자율권을 가지고 선발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학생부종합전형 확대로 고등학교가 주도적으로 수업 개선을 이루어가고 있던 시기가 있었다. 학생부종합전형이 학대되고 교육부의 지원금이 커질 때 있었던 일이었다. 교육부나 시도교육청이 강조하지 않아도 수업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해 왔었다. 그러다 일부 대학의 정시 40% 선발을 규율하자 수업 개선은 수능 학습으로 되돌아갔다. 10년 전 고교학점제 정책을 펴면서 학생의 자기주도성, 교사의 자기주도성을 강조했지만, 이는 수능 확대만 하지 않았어도 저절로 이루어질 수 있었다.

이미 우리 한국진로진학정보원은 2017년 포럼에서 수시에는 수능 성적을 반영하지 말자는 주장을 했었다. 수시에서 선발하는 70% 이상의 학생이 수능 성적 없이 대학에 진학하게 되면 수능 공부에 혼을 쏟는 학생은 크게 줄 것이고 교실은 질문과 이해, 탐구와 발표로 학습이 이루어지는 행복한 교실이 될 수 있다.